“세계를 창조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존재하기는 하는거야?”
모든 터전의 주인이자 전지전능한 존재인 창조주 덕분에, 이제는 전쟁도 불화도 없는 평화로운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루나레스콘트라는 여전히 소란스럽네요. 특히 세계관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모여있는 테네스블리는 더더욱이요.
신화에서는 창조주를 절대신이라 칭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면 변화할수록 평생을 창조주의 그늘에 가려 살던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의문과 불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창조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다는 수루스와 다른 기관들이 일을 못한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에요. 아마, 잔잔해진 생활과 더불어 수면 밑에 잠겨있던 작은 욕망의 불씨가 피어오른 걸 지도 모르겠네요. 불만의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태어날 때 부터 정해져 있는 에테르의 속성,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사람을 넘을 수 없는 등급의 한계, 원하지도 않은 고위험 등급의 에테르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
“나도 높은 등급의 에테르를 가지고 싶어.”
“수루스가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세계의 질서를 다시 세울 수 있겠지?”
창조신의 권위와 그 자녀들의 아량으로 만들어진 넓디 넓은 사회에서, 축복이라고 불리우는 에테르에 불만을 가지거나 수루스의 자리를 탐하기 시작한 무리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삶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사회에 질서를 올바르게 확립하기 위한 단체라고 말하지만, 오로지 평화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준 창조신과 그를 보좌하는 집단에게 반역의 시작을 알리는 어리석은 존재들일 뿐입니다.
절대신으로 불리는 존재와, 그 존재를 보필하는 집단에 해를 가하는 이들에게는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됩니다. 절대신을 보필하는 존재들이 어떤 과오를 범했다 하더라도요. 이 무리를 이끄는 집단은 레벨리오 입니다. 네, 오래 전 부터 지명수배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그 집단이죠. 레벨리오의 속한자들은, 에테르가 각성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을 납치하여 타고난 에테르의 성질과 등급을 한계치 이상으로 바꾸려는 훈련을 한다던가 누구도 깊게 알지 못하는 수루스, 그 5명의 정보를 캐내고 있습니다.
가진 힘이 크면 클 수록 숨겨야 할 것들이, 범해지는 과오들이 많아지는 법. 그렇기에 수루스는 숨기는 것들 또한 많은 존재들 입니다. 물론, '레벨리오' 라고 불리우는 이 세력을 제외하고도 세계를 창조한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은 자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빌미로 하루가 달리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이들의 말대로 수블루나리스는 이질적인 집단인 걸까요? 아니면 말 그대로 불만을 가진 자들이 모여 반역을 꾀하는 것일까요. 600년째 해답을 찾지 못한 이 문제의 정답은 창조신도, 다른 신들도, 그 누구도 답을 모르는 것 같네요.
오래 전 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성서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있습니다. 밤하늘에 뜬 달은 밤에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빛이라고.
그 밤하늘에 걸린 달이 사라지는 날, 밤이 달을 안는 날. 바로 그 날이 일루니스의 마지막 날이 될 것입니다.